20개의 AI 개념
그 표는 이미 낡았다.
2024년 한 해를 휩쓴 인포그래픽이 있다. "AI 개념 20선." 깔끔한 사각형 스무 칸에 Neural Network부터 Quantization까지 가지런히 담겨 있는 그 그림. 문제는, 2026년 5월의 현장은 그 표의 절반을 이미 지나쳤다는 데 있다. 이 글은 그 표를 비평하고, 다시 쓴다.
§ 01왜 다시 쓰는가
그 인포그래픽은 잘 만들어졌다. 문제는 잘 만들어진 게 아니라, 2024년에 잘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안의 개념 중 일부는 여전히 토대로 살아 있고, 일부는 무게중심이 옮겨 갔으며, 또 일부는 그 자리를 다른 개념에 내주었다.
특히 거슬리는 지점은 이것이다. 그 표에는 "에이전트"가 20개 중 11번째 칸에 한 번 등장한다. 그러나 2026년의 AI 지형을 한 단어로 압축하라면 그 단어는 정확히 "에이전트"다. 배경이 되어야 할 개념이 아직도 한 칸짜리 항목으로 다뤄진다는 건, 그 표가 만들어진 시점의 좌표를 그대로 박제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글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그 20개를 한 줄씩 검토해 — 유지, 이동, 탈락 — 세 가지로 정리한다. 그다음 2026년 5월 시점에서 다시 쓴 20선을 제시한다. 과장도, 시류 편승도 없이 — 지금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것들로만.
LLM의 시대가 끝났다는 게 아니다. LLM이 혼자서 일하는 시대가 끝났을 뿐이다. — 이 글의 한 줄 요약
§ 022024년의 20선, 다시 읽기
아래 표는 원본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며, 각 개념이 2026년 5월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표시한다. 유지(KEEP)는 정의가 변하지 않은 토대 개념. 이동(SHIFT)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의미·용법이 옮겨간 개념. 탈락(DROP)은 지금 표를 새로 그린다면 더 이상 20칸 안에 들어가지 못할 개념을 뜻한다.
집계해 보면 — 유지 6, 이동 12, 탈락 2. 표 자체가 "낡았다"기보다는 무게중심이 통째로 옮겨갔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2년 전엔 LLM이 가운데에 있고 도구·에이전트가 주변을 도는 그림이었다면, 지금은 에이전트가 가운데에 있고 LLM이 그 안의 한 부품이다.
§ 03빈 자리에 무엇이 들어왔는가
"이동"으로 분류된 12개 항목이 옮겨간 자리, 그리고 "탈락" 2개가 비운 자리. 그 자리에 들어온 새 개념들은 대체로 다음 네 갈래로 묶인다.
하나. 프로토콜 (Protocol)
2025년의 가장 큰 사건은 MCP(Model Context Protocol)와 A2A(Agent-to-Agent Protocol)의 표준화다. 두 규약은 2025년 12월 Linux Foundation 산하 Agentic AI Foundation으로 이관되어, OpenAI·Anthropic·Google·Microsoft·AWS가 공동으로 떠받치는 공용 인프라가 되었다. 개별 모델·플랫폼의 차이를 넘어 에이전트들이 서로 말하는 방법이 합의된 것이다. MCP 누적 다운로드는 2026년 2월 기준 9,700만 건을 넘었다.
둘. 추론 (Reasoning)
Chain-of-Thought는 2024년엔 "프롬프트 기법"이었다. 2026년엔 그게 모델 안에 들어가 있다. o-시리즈, Claude의 extended thinking, Gemini의 deep think 모드 — 이름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추론 시간(test-time compute)을 길게 쓰면 정확도가 올라간다는 것이 이제 별도 트릭이 아니라 모델의 기본 능력이다.
셋. 오케스트레이션 (Orchestration)
"에이전트 한 마리"의 시대는 짧게 끝났다. 2026년의 표준은 여러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눠서 일하는 구조다. LangGraph, CrewAI, OpenAI Agents SDK, Claude Agent SDK 같은 프레임워크는 모두 이 문제 — 누가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일을 넘기는가 — 를 다룬다. Gartner는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문의가 2024 Q1 대비 2025 Q2에 1,445%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넷. 거버넌스 (Governance)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일하기 시작하면 — 정확히 그 순간부터 — 관찰 가능성·감사 추적·인간 개입 지점이 "있으면 좋은 것"에서 "없으면 운영 불가"로 바뀐다. 2026년의 엔터프라이즈 도입 비용 중 60%가 통합·거버넌스에 들어간다는 보고가 나오는 이유다.
§ 042026년 5월의 20선
이제 다시 쓴다. 원본의 순서·범주를 흉내 내지 않고, 2026년 5월 현재 실제 작업 흐름에서 먼저 마주치는 순서로 배치했다. 각 항목 우측 태그는 — 유지(원본에 있던 토대 개념), 진화(원본 항목이 의미가 옮겨간 경우), 신규(2026년에 들어온 것).
Neural Network
노드와 층으로 패턴을 배우는 구조. 모든 것의 토대. 정의는 변하지 않았다.
Transformer (Decoder-only)
현대 LLM의 사실상의 표준 골격. 인코더-디코더 도식은 이제 옛 그림이다.
LLM as Reasoning Engine
"다음 토큰 예측기"라는 정의는 너무 좁다. 도구를 호출하고 추론을 길게 끌고 가는 엔진이다.
Reasoning Models
추론 시간을 길게 쓰면 정확도가 올라가는 모델. CoT가 모델 내부로 흡수된 결과.
Tokenization & Embeddings
텍스트를 토큰으로, 토큰을 벡터로. 멀티모달 통합 임베딩이 새 기준선.
Multimodality (Native)
텍스트·이미지·오디오·비디오를 한 모델이 동시에 다룬다. 이제는 별도 옵션이 아니라 기본 사양.
Context Engineering
"긴 컨텍스트"보다 "컨텍스트를 어떻게 채우고 잘라내고 요약하느냐"가 핵심 화두다.
Agentic RAG
한 번 검색하고 답하는 시대는 끝났다. 검색 → 추론 → 재검색 → 정지 — 제어 루프로 진화.
Knowledge Compilation
질의 시점에 매번 추론하지 않고, 사전에 컴파일된 지식 레이어를 검색하는 새 패러다임.
AI Agents
한 칸짜리 항목이 아니라 전체 패러다임. 도구·기억·계획을 갖춘 자율 워커.
Multi-Agent Orchestration
한 마리가 아니라 팀. 누가 누구에게 어떤 일을 언제 넘길지를 설계하는 층.
MCP (Model Context Protocol)
에이전트와 도구 사이의 표준 인터페이스. AI 시대의 USB-C.
A2A (Agent-to-Agent Protocol)
에이전트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일을 위임하는 프로토콜. 다른 회사 에이전트와도 말이 통한다.
Tool Use & Function Calling
모델이 외부 함수를 호출해서 일하는 능력. 에이전트의 손과 발에 해당.
SLM (Small Language Models)
고빈도·저난도 작업에는 작은 모델을. 비용 구조상 거의 강제되는 선택.
Quantization
정밀도 압축. 온디바이스·SLM 시대에 오히려 비중이 올라간 항목.
Hallucination
자신만만한 거짓. 에이전트 시대에는 한 번의 거짓이 연쇄 오류로 번지므로 더 무거워졌다.
Evals & Observability
에이전트가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 보고 측정하는 층. "있으면 좋은 것"에서 "없으면 운영 불가"로.
Human-on-the-Loop
매 단계 사람이 승인하는 in-the-loop가 아니라, 사람이 위에서 감독하는 on-the-loop로 무게중심 이동.
AI Safety & Governance
정렬·거버넌스·감사 추적. 자율성이 커질수록 무게가 비례해서 커지는 항목.
바뀐 것을 한 줄로 압축하면 이렇다 — "모델"에 대한 표에서 "시스템"에 대한 표로 옮겨갔다. 2024년의 표는 한 마리 모델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설명하는 그림이었다. 2026년의 표는 여러 모델·도구·프로토콜·사람이 어떻게 함께 일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는가
이 글을 인포그래픽 한 장 업데이트로만 읽으면 곤란하다. 2년 만에 표가 통째로 바뀌었다는 것은 지금 빌드하는 사람이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하는지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뜻이다.
2024년에는 "프롬프트를 잘 짜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였다. 2026년의 차별화는 "에이전트들을 어떻게 조립하느냐"에서 생긴다. 모델은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고, 프로토콜은 표준화되었고, 도구는 누구나 쓸 수 있다. 남는 것은 설계다 — 누가 무엇을, 어떤 순서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게 만들 것인지.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이 20선을 ATOZAI에서 실제로 어떻게 조립하고 있는지 — Mr. Ban OS 위에서 각 항목이 어디에 매핑되는지 — 를 풀어 볼 생각이다. 비평은 여기까지. 다음은 실전.